전생의 밀교 수행자

20대 중반을 지나 건강상의 이유로 수행의 길로 접어든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스님들과의 인연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2005년경 용인 용각사의 주지 스님과 함께 기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나는 천부경 수련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법당에서 약 3시간 동안 천부경을 암송하던 중,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주의 볼텍스 에너지가 나선형으로 소용돌이치며 머리의 백회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이때 백회에는 엄청난 압력감이 느껴졌고, 뇌의 송과체와 시상, 시상하부, 뇌하수체가 강력하게 원심분리기처럼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흰빛의 에너지 소용돌이가 백회로 강력하게 쏟아져 들어와 척추 충심을 따라 회음부까지 관통했습니다. 이 빛은 7개의 차크라를 순차적으로 통과하면서 빨주노초파남보의 역순으로 일곱 색깔이 차례로 깨어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 에너지는 지구 중심까지 이어져 볼텍스 방향으로 빙글빙글 회전했고, 내 몸도 그에 따라 점점 강하게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회전 강도가 세어지다가 어느 순간 핵 하나가 돌출되어 튀어나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내 몸에서 영혼의 초의식이 분리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유체이탈 상태에서 나는 전생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생의 나는 나무니아 무시라는 이름의 티베트 밀교 수행자였습니다. 1870년경, 티베트의 돌이 많은 산간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마을은 아래에 마을, 중간에 내가 세운 돌탑 아쉬람, 위로는 돌산이 있는 3단 구조였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내가 치유와 주문 수련법을 가르치면서 3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번성한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내가 세운 오행을 상징하는 5개의 석탑이 있었고, 나는 그중 한 석탑 앞에 마련된 좌단에 앉아 신도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석탑들은 시간이 지나며 나의 재산과 재물을 보관하는 탐욕의 장소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면이 바뀌며, 나는 아쉬람 위 돌산 바위틈에 갇힌 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자 7명이 내가 축적한 재물을 탐하여 모반을 일으켜 나를 가둔 것입니다. 나는 7일 동안 울부짖으며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지만, 결국 탈진한 상태에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나는 그동안의 자기중심적인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밀교 수행자로서 신비한 능력을 터득했지만, 그에 걸맞은 그릇을 키우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가난과 결핍으로 인한 상처가 베풀지 못하고 움켜쥐기만 하는 수전노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7일간의 고통 끝에, 13세의 어린 시녀가 몰래 찾아와 물 몇 모금을 건네주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나는 깊은 명상 상태에 들어갈 수 있었고, 진심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는 6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참회하며 다음 생에 대한 새로운 원을 세웠습니다. 밀교 수행의 참뜻을 잊고 능력을 사리사욕에 이용한 것을 후회하며, 다음 생에는 자만과 우월감, 교만과 아집을 버리고 우주적인 참다운 진리를 깨우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전생의 체험은 현재의 나에게 깊은 영향을 미쳐, 구도의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는 돈과 명예, 권력과 집착 같은 과욕의 위험성을 깨달았고, 진정한 영적 성장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전생의 제자들

나의 전생 체험은 그 장소를 직접 찾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현지에서 밀교 수행자의 이름과 행적이 확인 가능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이한 사실은 지금의 아내가 그 전생과 아주 깊은 인연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배반했던 7명 중 2명의 제자 또한, 전생 체험 후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나는 결혼 후에도 절이나 각종 수행 단체를 찾아다니며 수행에 대단한 집착을 보여 왔습니다. 출가를 결심하고 집을 떠난 적도 있었고, 몇 달씩 수행을 위해 집을 비운 적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가장으로서의 직무 유기 상태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묵묵히 배우자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며 내 구도의 과정을 감내해 주었습니다.

티베트 수행자로의 전생 체험 이후, 아내와의 인연을 찾아보고자 명상에 집중는데, 놀랍게도 티베트 바위틈에 갇혀 사투를 벌일 당시 전생의 나에게 생명과도 같았던 값진 물을 선사한 그 소녀가 바로 지금의 내 아내였습니다.

나는 비교적 많은 영적 체험들을 겪어 왔지만, 티베트 전생 체험만큼 감정적 충격으로 다가온 경우는 없었습니다. 기고만장하게 살다 배반의 귀결을 맞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생을 마감한 내 자신이 너무도 불쌍해서 울음이 복받쳐 올라와 4~5시간을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때가 내 30여 년의 구도의 길을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전환점이자 분수령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새로 태어난 느낌이 들며 몸과 마음이 그렇게 가볍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본격적인 수행의 길에 들어섰다는 확신이 들었던 때 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인연에 이끌려, 2012년 9월 경 지인과 티베트 라싸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잠시 관광을 위해 우연히 방문한 한 마을에서 그곳의 대표 요리를 먹던 중 아래로 펼쳐진 경치에 문득 눈길이 갔습니다. 그런데 다섯 개의 돌탑이 제일 먼저 시야에 포착되며 너무나 낯이 익다는 느낌으로 뭔가 미묘함과 친숙함이 전해져 왔습니다. 무의식적 끌림에 한동안 음식도 잊은 채 침묵 속에 골똘히 그곳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에너지가 고양되는 듯 하면서 소용돌이 치는 에너지장 같은 것이 감지되었습니다. 잠시 명상에 들어가자 유체이탈과는 다른 의식의 전이 같은 변성 상태에서 갑자기 필름처럼 장면들이 펼쳐지기시작했습니다. 전생에서 보았던 그곳, 나무니아 무시 밀교 수행자의 아쉬람에서 내가 밀교 주문을 가르치고 있는 법문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전생의 터전을 현생에서 우연스럽고도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 나는 놀랍기도, 당황스럽기도 한 나머지 사실인지, 아니면 환영인지를 꼭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해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토착민을 찾아 나섰습니다.

마을 촌장 노인을 만나 확인한 결과, 실제로 나무니아 무시라는 수행자가 1870년대에 이곳에서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시작된 티베트 여행은 내 과거 생의 흔적과 역사적 사실을 확인시켜 주며 보기 드문 사례의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생에서 나를 배반했던 7명의 제자 중 2명을 현생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한 명은 스물두 살의 젊은 스님으로, 다른 한 명은 어느 종단의 종정 위치에 계신 분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수행과 또 다른 이유로 나를 찾아 온 것입니다. 특별한 기시감과 인연의 공명을 느끼고 명상 상태에서, 내가 갇혔던 동굴에 돌을 쌓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연의 깊고 신비로운 연결고리를 다시 한번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나는 수행과 인연이 얼마나 깊은지, 또 진리를 찾아 헤매온 영혼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